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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멈추어 선 채 고개만 약간 옆으로 눕혀서 날아간 꽃병이 덧글 0 | 조회 130 | 2021-04-28 22:57:37
최동민  
남편은 멈추어 선 채 고개만 약간 옆으로 눕혀서 날아간 꽃병이 그냥 지나가게 만들었다. 꽃병은 벽에 부딪혀서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깨어져버렸고 병에 꽂혀 있던 반쯤 시든 장미들이 사방으로 튀며 다시 붉은, 어딘가 우울한 붉은 궤적을 허공에 그려갔다.나. 남편. 그. 그 이는.그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뭉쳐간다. 남자와 여자가 뒤섞인 듯한 하나의 목소리로. 아아. 그런데? 그런데?아주 짧은 선들이 이루어지자, 나는 천천히 그 선들의 방향을 잇기 시작했다.남편의 눈매가 싸늘해졌다.남편의 머리가 설래설래 좌우로 흔들린다. 자신은 절대 아니라는 무언의 강력한 의지가 몸짓을 타고 흘러내린다. 아니라고? 분명 그것은 남편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여자. 여자! 여자의 목소리. 그건 누구였던가?오늘은 내가 너무 피곤하다. 직장에서 쓸데없이 조대리와 다투었다. 분명 내가 옳은 말인데도 바득바득 우기는 것이 영 짜증 망할 녀석 같으니! 아니아니. 그래고 안 보이는 데서 욕을 할 수는 없지.그러나 나 자신이 홀어머니를 제외하고는 역시 혼자뿐인 그이와 일종의 유대감을 가지게 되고 그러다보니 사랑하게 된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남편이 더듬대면서 무엇인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내 입에서 갑자기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말의 홍수는 나로서도 걷잡을 수 없었다. 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또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자알 가아. 여보.목! 그렇다. 전번에 죽은 새는 얼어죽은 것이 아니다. 목이 부러져 죽은 것이다. 새건 다른 무엇이건, 죽고 난 후에는 근육 경직이 일어나서 목이 뻣뻣해 진다. 뼈가 부러지지만 않았다면. 아아아.어린 시절에 사내아이들이 흔히 그러는 것처럼 연필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책상 위에 각각 한 자루씩의 연필을 놓고 손가락으로 튕겨서 책상 밑으로 떨어뜨리는 놀이. 떨어진 연필은 사망이다. 카나리아처럼.저런저런. 남편이 또 화를 낼텐데. 남편의 그런 눈을 두 번 다시 마주 대하고 싶지는 않다.여보. 도대체 왜?목이 축 처진 카나리아는 불쌍도 했지만 보기조
그래! 당신의 짓! 나는 들었어. 들었어!인간의 언어는 불완전한 것이라고 다들 믿고 있지만, 또 그러한 언어 말고는 의사소통의 방법이 없다는 것도 인간이 스스로에게 지어준 하나의 한계가 아닐까? 사고는 분명 언어와 다른데에도 불구하고, 언어를 통하지 않고는 사고할 수 없는 것처럼, 그리고 언어로 묘사되지 않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기게 되는 것들은 분명한 그 증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느껴진다.6월 2일그래. 이제야 알 것 같다. 그 눈초리, 그 음성. 그건 남편이 예뻐하던 새였다. 그러나 그런 새도 자기가 모르는 사이에 죽여버릴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내 남편이었다.질 수 없었다. 모두가 나를 쳐다 보고 있는 그 순간 아아, 그러나 나는 대사를 까먹은 것이 분명했다. 그 때, 그 때 나는 무슨 말을 했더라? 모두가 쳐다보고, 선생님의 안경알이 질문을 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에. 나는. 나는 그 때. 그래 바로!!당신! 내 말 들어요! 거기 서서! 꼼짝하지 말아요! 가까이 오지 말고 들어요!도대체 왜? 왜? 왜? 왜냐고? 그걸 왜 나에게 묻지? 당신이야말로 왜 그랬어요! 카나리아. 예전의 그 카나리아는 목이 부러져서 죽었어요. 오늘 얼어죽은 저 카나리아와는 달라요! 왜 그랬죠?아, 안돼! 내가 뭔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남편이 눈치채게 해서는 안 된다.목을 조르는 것은 뱀같이 차가운 팔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훗. 남편의 팔이 내 목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턱으로 남편의 팔을 누르는 것일지도. 이불을 덮으니 몸이 조금 따뜻해진다. 기분 좋은 안온함. 남편이 다시 몸을 뒤척이며 팔을 뗀다. 답답한 것은 가셨지만 웬지 허전하고 섭섭한 기분이 든다.그래서 카나리아를 죽이고 칼을 침실로 가지고 오고. 그래. 남편은 정신병자다. 분명하다. 이젠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다.목이 축 처진 카나리아는 불쌍도 했지만 보기조차 역겨웠다. 내가 말했었다.여보! 어서 나와봐!마음 속에서 또 하나의 음산한 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 몸이 저절로 다시 흠칫해진다.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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