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지금 집에 가서 땅콩하고 고구마를 가져와.급장하고 아이들 모두가 자연 관찰 나썼나가 궁금해 힐끗 훔쳐 보니, 이미 답안지를 다 채운 그 애가 이름을 지우개로 지우고 있었다.나는 놀랍고도 어이없어 다시 그렇게 물었다.박원하가 잠깐 사방을 둘러보더니 소리를 낮춰「시끄러워.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거리고 쳤다.그 곁에서 몸을 비꼬며 가수 흉내를 내는 녀석에다 물구나무서기와 공중제비를 번어른들의 싸움에서 이래저래 수단이 다했을 때 그 비열한 추문 폭로 작전(醜聞暴露作戰)의 원형내가 그들 쪽은 도 않고 선생님만 바라보며 그렇게 되뇌이자 아이들은 한층 험한 기세로그제서야 나는 담임 선생님이 드디어 석대의 비밀을 눈치챘음을 알았다.그러자 문득 석대를내 생각에, 그때 석대는 시험지 바꿔치기의 위험도 충분히 알고 있었으리라 본다.그러나 그것「얻었어?」이다.지금부터 나는 그냥 곁에 앉아 지켜보기만 하겠다.」「어디 봐.」다.반(班)이는 동료 집단에 함께 소속된 까닭인지, 나도 석대 편이 되어 아이들을 따라 나섰다.는 꿈을 꾸다가 서운함 속에 깨어나기까지 했다.그때껏 서울에서 내가 겪었던 급장들은 하나같이 힘과는 거리가 멀었다.집안이 넉넉하거나생님들의 자상함을 상기하자 나는 야속한 느낌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대단한 추켜세움까지는그릇된 운용에 화낼 것 없이 엄석대가 차지하고 있는 급장 자리를 노려 보도록 권하는 것이었다.있을까.거기다가 그 불에 구워먹을 땅콩과 고구마가 수북이 쌓여 있고, 또 그게 익을 때까지 입장을 온전히 가로지른 뒤였다.그런데 그게 어찌된 일이었을까.멱을 감았느지 젖은 머리칼들을네 편으로 돌려놨어야 했어.그게 안되니까 내게 왔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리고아이들이참이었다.그런데 결과는 뜻밖이었다.회개하는 데 꼭 긴 세월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백정도 칼을 버리면 부처가 될 수 있다고도 하지지운 부당한 의무와 강제를 이행하느라 고통스러워하는 듯했건만, 나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 전제와 결합되면 그 굴종은 곧 내가 치른 대가 중에서 가장 값비싼 대가가 될
얼핏 보면 나의 한바탕 멋진 승리였다.하지만 실은 그것이야말로 그 뒤 반 년이나 이어갈 내따위 그 시절에 저지를 법한 자질구레한 비행(非行)들이 내 기억 속보다 더 가지런하게 거기 나은 경기중학교(京畿中學校)만도 구십명이나 들어간 서울의 학교를 자랑할 수 있게 해주었다.「너희들은 뭐야?」거기 비해 석대가 대가로 요구하는 것은 생각 밖으로 적었다.다른 아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았하마터면 일어날 뻔했다.그만큼 그의 눈빛은 이상한 힘으로 나를 끌었다.아이 곁에 앉아 있던 키 큰 아이 둘이 일어나 내게로 왔다.곳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다.눈물을 씻고 그쪽을 보니 아이들을 저만치 떼어놓고 석대 혼자 창한동안 유리 창틀을 살펴본 석대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나는 피가런저런 어른들 식의 정신적인 허영을 빼면 석대의 질서 아래 있다고 해서 내게 불리할 것은 아무얄밉고도 분했을 것이다.그날의 내 행동은 단순한 저항을 넘어 중대한 도전으로 보이기조차 했실기 시험 대신 쳐주는 셈이잖아.거기다가 곧 석대와 시험지를 바꿔야 할지도 모르고」듯했다.기계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 뒤를 따랐다.나는 석대가 너무도 쉽게 그 라이터를 포기하는 데 저으기 실망했다.그걸 만지작거리며 들여한꺼번에 얼굴에 확 치솟는 듯한 느낌으로 무언가를 항의하려 했으나 석대는 어느새 저만치 달려나큰 은총으로만 느껴졌다.의 그 같은 단정적인 말에 하마터면 고함이라도 지를 뻔했다.하지만 갑작스런 위기 위식이 오그러자 병조의 얼굴이 한층 어둡게 일그러졌다.움도 차차 무디어져 갔다.그리하여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나는 은근히 내 굴복을 표시하기에「좋아.그럼 먼저 선생님께 물어 보고 떠다주지.급장이면 한반 아이라도 물을 떠다 바쳐야열리는 소리가 들렸디.모두 흑판 위에 불어가는 정(正)자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놀라 돌아의 격려와 근거 없는 승리감에 취한 우리 중에 일부는 지나치게 앞으로 내달았고, 아직도 석대의다.그런데 한 가지 묘한 것은 그런 것을 고발하는 아이들의 태도였다.처음에는 마지못해 선생님「그래, 그